[CNEWS 건설경제] 건설전문 일반신문 - 초대석 인터뷰 2011.04.18
"미술작품에 건 내 인생…컬렉터 위한 '예술길잡이'되고파"
 
기사입력 2011-04-18 08:47:29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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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박혜경 '에이트 인스티튜트' 대표 

 

  


 진로그룹 홍보실 직원에서 화랑 아트 디렉터로의 변신은 그녀의 가벼운 시작에 불과했다.

 국내 최초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을 의기투합해 창립했고 결국 국내 1호 미술품 경매사 타이틀을 얻어냈다.

 최근엔 민간 최초 문화예술 전문 교육기관 ‘에이트 인스티튜트’를 설립하면서 교육시장에서 새로운 열정을 태우고 있다.

 불혹(不惑)을 갓 넘긴 여성의 이력치곤 화려하기 그지없는 박혜경 에이트 인스티튜트 대표. 그는 “기존에 없던 질서를 새롭게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말로 스스로에 대해 설명했다.

 “흥망성쇄 패턴을 알고 싶었다”

 그녀의 사회생활 시작점이 궁금했다. 변화무쌍한 삶의 계기도 다분하리라 싶었다.

 “사실 학창시절엔 언론인을 꿈꿨습니다. 독서를 좋아했고 논리적으로 말하길 즐기는 성향이었던 때문이죠. 영화를 보곤 습관처럼 감상문을 10장씩 써내려 가는 문학소녀였다고나 할까요.”

 이때부터 다양한 삶의 모습을 바라보는 데 남달리 관심을 가졌다고. 사회ㆍ경제 등 분야를 가릴 것 없이 흥망성쇄의 패턴과 흐름을 읽어내는 것이 흥미로웠다. 문화ㆍ예술의 근본적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깊이 매료됐다.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한 뒤 방송국 아나운서 시험에 낙방한 이후 진로그룹 광고홍보팀 마케터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항상 새로운 도전만이 자신을 지킬 수 있다고 믿었다. 기업의 평범한 부속품 같은 삶은 아쉽기만 할 뿐이었다.

 “화랑의 아트 마케터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미술계에서 새로운 시장을 찾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지요. 사실 이는 세계적 미술시장의 흐름을 읽어낸 데에서 나온 생각이었습니다.”

 국내 최초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의 창립멤버로 참여한 것은 이 무렵이었다. 그녀는 꺼릴 것이 없었다. 우리나라 발전과정에서 미술품의 건전한 경매시장은 당연히 조성돼야 할 필수요소였다.

 당차게 미술계에 발을 디딘 그는 작가와 미술평론가, 고미술품 전문가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전문 지식을 쌓고, 컬렉터들에게 작품을 사게 된 경위부터 구입 가격까지 꼼꼼히 물어가며 생생한 지식과 경험을 쌓아갔다.

 세계적 경매장을 답사하며 현장 분위기를 익혔고 미술 경매 장면이 나오는 영화는 모두 보며 경매사의 몸짓과 어투를 익히는 등 그야말로 워커홀릭으로 치열하게 30대를 보냈다.

 “경매장, 여전히 떨린다”

 미술품 경매만 200여 차례를 진두지휘한 그다. 그러나 아직도 경매장에 서면 긴장된다고.

 불현듯 스쳐가는 번호패를 끊임없이 확인하며 망설이는 응찰자들의 미묘한 심리를 읽어가면서 밀고 당기는 고도의 심리게임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란다. 중간 중간 전광판에 표시되는 금액도 순발력 있게 확인해 가면서 최대한 공정하게 낙찰가를 올려야 하는데 이 같은 팽팽한 신경전이 보통은 2시간, 길어질 때는 4시간까지 이어지기 일쑤다.

 경매시장에서 그가 접하는 컬렉터들은 어떤 사람들일지 궁금했다.

 “내공이 쌓인 컬렉터들은 경제적ㆍ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시장을 읽어 내는 능력을 갖고 있는 분들이시죠. 시대에 따라 인기작가가 변하고 동일 작가도 시기별ㆍ작품별 시세 차이가 있다는 걸 예리하게 간파하고 있기도 하고요.”

 10년 넘게 경매사로 현장을 누빈 박 대표지만 컬렉터는 스승이라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공부하고 또 공부한다고 했다. 그가 새롭게 민간 문화예술 전문 교육기관을 설립한 남다른 이유가 있을 듯 싶었다.

 “미술품 경매사란 직업이 매력적이지만 좀더 영역을 넓혀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여유를 갖고 워싱턴에서부터 세계 곳곳의 박물관과 갤러리를 둘러보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잡게 돼 시작한 겁니다.”

 박 대표 스스로를 새로운 걸 기획하고 사람을 만나 한데 모으는 걸 좋아한다는 점을 깨달은 점도 한몫했다. 지인들에게 자문을 구하며 사업을 구상하다 지난해 3월 미술전문 교육기관 에이트 인스티튜트란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매너리즘을 경계한다

 미술품 컬렉터들의 믿을 수 있는 길잡이가 되기 위해 박 대표는 그동안 쌓아온 인맥을 총동원하고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고 발로 뛰어서 국내 미술계 최강의 강사진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짜고 있다고 자랑한다. 이론 교육뿐 아니라 국내는 물론 상하이, 베를린 등지의 아트 투어도 함께 병행하고 있다.

 그는 사실 수년 전부터 경매 진행 외에도 금융권 관계자나 컬렉터 등을 대상으로 미술품 수집과 경매방법, 투자지침 등에 대한 강의를 꾸준히 해왔다고 한다. 그동안 여러 대학에서 겸임교수 러브콜을 받기도 했었다고.

 “서울옥션에서 진행되는 경매의 80% 가량이 500만원 미만의 작품들이 거래됩니다. 미술시장은 몇몇 큰손들이 좌지우지하지만 한편으로는 좋은 작품을 사서 곁에 두고 감상하며 재테크도 하려는 일반 컬렉터 층도 두터워지고 있는 거죠.”

 이 때문에 국내외 미술 시장 동향부터 작품구입과 관리요령 등에 대한 전문적ㆍ실용적인 교육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기도 하다.

 매너리즘에 빠지는 게 제일 두렵다는 그. 앞으로 10년 뒤 에이트 인스티튜트를 우리나라 최고의 미술전문 교육기관으로 키워내는 것이 꿈이다. 미술품을 새롭게 그 인생의 화두로 삼은 만큼, 경매사로서 안정된 길 대신 계속해서 스스로를 담금질하며 새로운 일을 시작해 보려 한다는 것이다.

 “사실 건설업계에서 말하는 녹색성장이란 이슈는 10년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문화적 코드입니다. 마찬가지로 현재 아이디어가 미치지 못하는 미술품의 부가가치를 이용해 미술산업 역량을 키우고 실생활에 밀착된 아트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도전하고 싶습니다.”

 도전해야만 기회가 열린다는 그는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려면 반드시 그 안에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새로운 도전의 삶을 꿈꾸는 박 대표의 또 다른 시도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박우병기자 mj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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