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매경춘추 - 베이징예술기행 2011.05.06

[매경춘추] 베이징 예술기행
기사입력 2011.05.06 17:02:03 | 최종수정 2011.05.06 17:05:27

지난주 열린 아트 베이징과 베이징 예술기행을 다녀왔다. 아시아 지역 화랑들의 봄축전 같은 그곳에서 작년과는 확연히 달라진 열기를 느꼈다.

중국 미술시장은 천문학적인 경매 기록을 매번 세우는 미술경매시장에 의해 주도되는 시장이다. 이번 춘계시기 핵심은 이미 80년대에 2000여 점에 이르는 중국 현대미술작가들의 작품을 컬렉션해 세기의 컬렉션으로 주목받고 있는 울렌스 부부의 컬렉션이 경매를 앞두고 아트페어장의 특별전 부스를 장식했다는 점이었다.

홍콩 경매에 이어 또 한번 기록이 기대되는 중국 당대 최고 화가인 쩡판즈의 대작 유화를 중심으로 1세대 중국 현대미술의 대표작들이 망라된 작품을 보기 위해 전 세계 주요 미술관 관계자들이 몰려든 것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중국 대가들을 격의 없이 만나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쩡(그의 애칭이다)은 컬렉터들과 함께 90년대 그렸던 자신의 작품에 대한 감회를 얘기하며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몰려다녔고, 작품 구하기 어렵다는 리우웨이를 비롯한 여러 화가들이 TV 인터뷰를 하며 작품세계를 이야기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아트페어의 중심이 작가를 환대하고 조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신선했다. 미술품 거래의 장이면서도 작가와 화랑, 컬렉터나 애호가들이 함께 소통하며 개방적인 마인드로 시장을 인식하는 것이 선진적인 호흡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현대미술은 어떻게 그렸느냐보다는 무엇을 그렸느냐가 중요하다. 즉 작가의 의도와 관념, 사유의 흔적들을 이해하고 그것이 갖는 설득력이 영향력을 갖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마스크 시리즈`로 대표되는 쩡의 작품을 보며 인간 내면의 이중적 잣대와 인간 본성의 가식을 마스크로 가리고 있음을 의도한 것이냐는 다소 미술평론에 의거한 질문을 하자 시골 출신에 내성적인 자신의 모습에 마스크를 씌워 현실 극복의 모습을 그렸을 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중국 현대미술이 시대적 아픔을 내재하고 정치적 냉소로 가득차 한 시대의 표상으로 남을 뿐이라는 시선에서 벗어나 21세기 회화의 시대를 이어갈 비전을 보는 표징처럼 들렸다.

빈을 비롯해 잇단 세계적 미술관 전시를 앞둔 그의 화실에 걸린 이제 막 작업을 끝낸 대작도 탐미주의 화가 베이컨의 초상이었다. 그의 예술성이 갖는 힘을 또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박혜경 에이트 인스티튜트 대표·미술품경매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