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 여성 권익 위한 언론지 - 직업의 세계 2011.03.08
직업의 세계 (4) 한국 최초 미술품 경매사 박혜경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는 이 시대 롤 모델에게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많은 청소년들을 대신해 궁금증을 풀어본다. 이들의 삶과 노력을 통해 행동하는 젊은이들이 더욱 많이 나타나 주길 바란다. <편집자주>
“전문가적 지식과 카리스마 있는 진행력이 중요하죠”

▲ 한국 최초의 미술품 경매사 박혜경 에이트 인스티튜트 대표가 진행하는 경매에는 프로다운 노련함과 예술품에 대한 애정이 드러난다.
박수근 ‘빨래터’, 이중섭 ‘황소’ 등 역대 최고가의 경매를 낙찰시킨 박혜경(44)씨를 그가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는 문화예술 교육기관 에이트 인스티튜트에서 만났다.

박 대표는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 1996년 갤러리 아트디렉터로 미술시장에 진출한 후 1998년 서울옥션 창립 멤버로 본격적인 미술품 경매사의 길로 들어섰다. 15년 동안 미술시장에 몸담아 온 그는 우리나라 미술시장 역사의 산증인이다. 우리나라 미술품 경매사 1호인 박혜경 경매사에게 미술품과 한국 미술시장에 대한 생각과 미술품 경매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능력이 요구되는지 등을 자세히 들어봤다.

-미술품 경매사가 하는 일을 소개해달라.
“쉽게 말해 미술품 경매 때 출품된 작품을 소개하는 동시에 경매를 진행하는 진행자다. 미술품에 대한 단순한 안내자와는 달리 개인적인 역량으로 무대를 이끌고 진행하기 때문에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외모도 중요하다. 발음이나 목소리가 안 들리면 안 되기 때문에 청중에게 듣기 좋은 목소리와 부드럽고 세련된 말하기, 정확한 정보 전달력과 순발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좌중의 분위기를 이끌어서 리드미컬하게 진행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출품작들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하는 사람도 경매사다. 경매를 진행하는 동안 작가들을 대신해 고객들에게 작품을 잘 어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술품 경매사가 된 경위를 설명해 달라. 당시 한국 미술시장은 어땠나. 
“대학 방송국에서 편성 PD, 교지편집위원회 활동을 했다. 졸업 후에도 광고 대행사를 거쳐 대기업 홍보실 광고를 담당하면서도 사내 방송국에서 아나운서로 참여하기도 했다. 1996년에 결혼하고 나서 가나화랑에 입사했고, 기업 담당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미술시장에 들어왔다. 내가 미술시장에 진출했을 때는 미술품을 공유하고 수집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지 않았었다. 본격적인 경매 회사가 없던 시기였고, 유통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 서울옥션 창립 멤버로 참여하며 시장을 건강하고 객관적인 분위기로 만드는 데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케터였기 때문에 시장에 대한 감각이 빨랐던 것도 같다. 일반 고객들의 욕구를 끌어들여 시장 분위기를 넓혀야 더 큰 시장에서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당시 국내에는 경매를 가르쳐줄 만한 선배가 없었다. 경매사가 되기 위해 모의 경매를 하거나 외국의 미술 경매를 다룬 영화를 보며 일을 배웠다. 경매를 10여 회 정도 할 때까지 외국의 경매 모습은 한 번도 못 봤는데 당시 소더비(세계적인 경매회사) 한국지사장님이 해외 경매 상황을 찍은 비디오 테이프를 구해주셔서 그것을 보고 우리말로 바꾸며 경매를 익혀갔다. 실전에서 얻은 경험을 통해 없던 걸 새로 만든 것과 다름없었지만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 자체가 좋았던 것 같다. 경매 초창기에 미술품 리더십 과정을 운영했을 때는 반응이 없어 오래 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 미술품도 실물 재산으로 보는 폭넓은 계층이 생겨났기 때문에 미술 경매시장은 앞으로도 더 발전할 거라고 본다.” 

-경매사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미술품 경매사는 그림만 취급하는 것은 아니다. 미술품을 비롯해 인류의 생활사와 함께해온 모든 예술품이 경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수집품이나 예술품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그런 아이템으로 비즈니스 아이템을 만들고 효율적으로 마케팅을 하는 역할에 관심이 있는지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술 관련 영화를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영화를 보고 예술문화가 자신이 꿈꾸고 원하는 것인지를 생각해 보면 좋을 것이다. 전시나 예술계에서 개최하는 쇼를 보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은 그런 큰 이벤트가 1년에 10~20번 정도 열린다. 예술계에서 일하기를 꿈꾸는 사람들은 많은데 직접 이런 곳을 찾아보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또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 앞에 서는 것,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적성에 맞을 것이다. 늘 새로운 작품을 만나기 때문에 항상 공부하는 자세와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지난해 후배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을 열었다.
“미술품 경매사로 활동하면서 뭔가 미술시장에서 또 다른 시장 참여자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됐다. 해외 선진국 사례를 보더라도 프랑스의 경우 유일하게 7년간의 공인 경매사 교육과정과 자격증 제도가 있고, 매년 600여 회 이상의 경매를 치러내는 다국적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국내에는 6~7개 경매 회사가 있고, 개별적으로 박물관이나 일반 갤러리, 클럽화돼 있는 소수의 아카데미는 많지만 전문적인 인스티튜트를 표방한 곳은 없다. 앞으로 고객들 수준이 높아지고 우리나라 작가들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한국미술 상황을 잘 알릴 수 있는 스페셜리스트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세계적인 수준의 경매사들이 나오길 바란다.”

박혜경 미술품 경매사는 현재 서울옥션 대표 경매사이며 아트 어드바이저리 그룹(Art Advisory Group)의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해 한국 예술시장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에이트 인스티튜트(서울 청담동 소재)는 미술품 스페셜리스트를 키우기 위해 명예 스페셜리스트 과정을 올해 2월부터 11월까지 3코스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다. 전시기획, 큐레이터, 미술품 경매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문의 02-515-8140


예술품 경매 회사 및 학과 & 관련 영화
예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www.seoulauction.com), 에이옥션(www.a-auction.co.kr), 케이옥션(www.k-auction.com), 오픈옥션(opena.kr/company), 아츠넷(www.artsnet.co.kr), 세일아트(www.saleart.tv), 아이옥션(www.insaauction.com)

관련 학과 
미술학과, 문화예술학과, 미술경영학과, 미술사학, 미술교육과, 응용미술교육과, 미술콘텐츠학과, 미학미술사, 한국미술학과, 큐레이터과 등

관련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2004) , ‘미키블루아이즈’(1999), ‘폴락’(2001), ‘냉정과 열정 사이’(2003)

1124호 [경제] (2011-03-04)
김혜진 / 여성신문 기자 (kim@wome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