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예술충전 컨퍼런스’, 미술시장 침체 속 경매 약진...“돈 밝히는 화랑 반성 필요”
유니온프레스 2013-12-18
1500억이라는 일반인이라면 가늠도 할 수 없는 금액이 오가는 미술 경매 시장이 사실은 미술 유통 시장 전체에서 가장 투명한 시장이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침체될수록 상업화되는 미술 시장에서 경매가 미술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하는 예술경영아카데미 링크(LINK) ‘예술충전 컨퍼런스’가 지난 17일(화) 서울 수하동 페럼타워에서 개최됐다. ‘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세션1 공연, 세션2 미술 부문으로 나눠 각계 전문가 발제와 강연, 토론 및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미술 세션 1부 ‘숫자로 살펴보는 미술시장 동향’에서는 최근 4년간 미술시장 흐름과 경매 및 아트페어 시장 분석 결과가 공개됐다. 2012년도까지 한국미술시장 총 규모는 약 4405억 원으로 2011년 4722억 원보다 6.7% 감소했다. 유통영역별 작품 판매 금액은 화랑이 2751억 원으로 전년대비 7.1% 감소, 아트페어는 420억 원으로 9.5% 감소한 반면 경매회사는 9.0% 상승한 852억 원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1부 발제를 맡은 최창희 감성정책연구소 소장은 화랑 참여 아트페어 작품 판매 금액이 감소하고, 전속작가 제도를 운영하는 화랑이 122곳밖에 안 된다는 결과를 밝히며 “미술 시장 구조의 양대 축인 매매와 전시가 모두 발달하기 위해서는 화랑 유통 시장 규모가 커져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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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전시장 전경(사진=KIAF 홈페이지) |
화랑시장은 2012년 작품 판매 규모 감소뿐만 아니라 연간 작품판매 실적이 없는 화랑 수가 2011년 대비 약 2배 증가한 124개를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또한 2012년 신규 화랑이 70여개 증가했지만 폐업하거나 영업을 중단한 화랑이 50여개로 나타났다.
화랑 시장 부문 발제를 맡은 홍경한 《경향 아티클》 편집장은 “이미 미술질서를 통제하는 권력으로 자리 잡은 메이저급 상업 화랑들이 본연의 역할은 잊은 채 외국 작가 전시나 해외에서 뜨고 있는 작가를 데려와 장사하는 수준에 머물곤 한다”며 “이는 젊은 작가들에게 일찌감치 상업적인 작품을 내놓도록 유도함으로써 작가들이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서 전반적인 미술시장 침체에 대해 “지난 1월부터 시행된 양도 소득세나 전두환 비자금 사건 등 사회문제가 일부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내부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며 “미술시장의 불투명성과 화랑들의 근시안적 상업주의는 미술시장에 대한 대중의 ‘그릇된 인식’을 조성했고, 큐레이터 양성 프로그램이 부족한 현실도 미술계의 질적 발전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미술시장의 상업주의는 ‘미술 5일장’ 아트페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아트페어 시장 부문 발제를 맡은 이승민 스페이스비엠 공동 대표는 “트렌드의 최전선인 아트페어에서 소비자들은 시장가치에 있어서 안정적인 방향을 추구하기 때문에 신진작가의 A급보다는 유명작가의 B급을 사는 경향이 있다”며 “이로 인해 작가들은 이른바 ‘예쁜 작품’들만 출품하게 되고, 이는 작가들의 수준을 낮춰서 한국미술의 하양평준화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경제 불황 이후 미술시장은 전반적인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그 와중에 경매시장이 약진하는 추세를 보이며 새로운 ‘대안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가 불황기를 겪는 동안 경매시장은 미술품 경매가격 기록을 모두 깨며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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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최고가 1억 4240만 달러(약 1528억 원)에 낙찰된 프랜시스 베이컨의 ‘루치안 프로이트의 세가지 연구’, 1969 |
경매 시장 부문 발제를 맡은 박혜경 에이트 인스티튜트 대표는 “주식시장이 하락을 거듭하는 상황 속에 좀 더 경험재이고 가치재인 미술품이 반대의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며 “아직 경매 시장에 나오지 않은 좋은 컬렉션들이 굉장히 많아서 경매 시장을 비롯한 미술 시장은 앞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경매에 대한 경험이 없는 외부 사람에게 경매 시장은 막연하게 ‘비자금 세탁 수단’, ‘탈법적 재산 증여’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돼 있는 것 같다”며 “사실 개인 수집가들은 대부분 매우 투명하기 때문에 경매 시장이 미술 유통 시장 중 가장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패널들은 1차 시장인 화랑이 제 기능을 충실히 해내 좋은 작가를 발굴해야 2차 시장인 경매 시장도 보다 활발해 질 수 있기 때문에 화랑 시장과 아트페어 시장의 상업주의를 극복하고 매매와 전시가 모두 발달한 유통 시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편 (재)예술경영지원센터는 18일(수) ‘예술충전 컨퍼런스 - 시대읽기 마음읽기’에서 우리 시대의 소비심리와 문화코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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